발작성 야간 헤모글로빈뇨증(PNH)이란?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파괴되는 것을 ‘용혈’이라고 하며, 이 용혈에 의한 빈혈이 발생하곤 합니다. 발작성 야간 헤모글로빈뇨증(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 PNH)은 용혈성 빈혈의 하나로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이라고도 불립니다. 야간에 용혈이 강해지고 소변이 갈색이 되기 때문에 이 병명이 붙여졌습니다. 국내 추정 유병자 수는 100만 명당 3.6명으로 희귀한 질병입니다.

발생 원인

혈액 중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보체 (complement)’ 또는 ‘알렉신(alexin)’이라는 효소 모양의 단백질이 존재합니다. 보체는 병원체의 세포막에 구멍을 뚫어 제거합니다. 인간의 세포막에는 보체의 작용을 억제하는 단백질 ‘보체 제어 인자’가 있어, 보체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줍니다. 보체 제어 인자는 일반적으로 세포막에 만들어진 ‘GPI 앵커(Glycosylphosphatidylinositol anchor)’라는 말단에 연결됩니다. 그러나 발작성 야간 헤모글로빈뇨증은 혈액을 만드는 세포(조혈 줄기세포)에서 보체 제어인자를 위한 GPI 앵커를 만드는 효소의 유전자에 후천적인 이상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보체 제어인자가 작동되지 않고, 활성화된 보체에 의해 적혈구가 파괴되기 쉬워져 용혈이 일어나게 됩니다.

발작성 야간 헤모글로빈뇨증(PNH)의 증상

발작성 야간 헤모글로빈뇨증에서는 빈혈에 의한 무기력감뿐만 아니라 용혈로 인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용혈(적혈구 파괴)로 인해서 적혈구에서 많은 양의 헤모글로빈이 혈액으로 방출되어 소변이 갈색으로 변합니다. 파괴된 적혈구에서 방출된 헤모글로빈은 혈액 속의 일산화질소와 쉽게 결합해 메타 헤모글로빈(Metahemoglobin)을 생성하는데 이 때문에 혈중 일산화질소가 결핍되어 전신의 혈관이 수축합니다. 혈관이 수축되어 혈액 중에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중추신경계에도 문제를 일으킵니다. 또 섭취 장애, 권태감의 악화, 발기 부전,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용혈에 의해 혈전도 생기기 때문에 혈전이 폐혈관을 막는 폐혈전색전증이 발생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비교적 적지만, 북미에서는 폐혈전색전증은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 환자의 사인 제1위입니다. 장기간의 용혈로 인해 신장 기능저하와 폐고혈압증이 합병되어 호흡 곤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일부 환자에게선 백혈구와 혈소판의 감소 증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검사 및 진단

용혈성 빈혈의 경우, 빈혈 증상 외에도 LDH(젖산 탈수소 효소), 황달의 원인이 되는 빌리루빈(total bilirubin), 갓 만든 젊은 적혈구 수치가 상승합니다. 이런 수치가 높거나 적혈구와 백혈구의 보체 제어인자가 결핍되어 있는 혈구가 검출되면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으로 판단합니다. 용혈성 빈혈에서 가장 발병 빈도가 높은 질병은 자가면역성 용혈성빈혈(AIHA)입니다. 자가면역성 용혈성빈혈(AIHA)은 적혈구에 대한 자가항체가 생성됨으로써 발생합니다. 따라서 반대로 적혈구에 대한 자가 항체가 음성이라면 발작성 야간 헤모글로빈뇨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헤모글로빈뇨증(PNH)은 어떻게 치료할까?

발작성 야간 헤모글로빈뇨증은 증상과 검사치에 따라 경증, 중증, 위증의 3단계로 분류됩니다. 경증의 경우는 일단 경과를 지켜봅니다. 중증 이상인 경우에는 보체의 활성을 억제하는 항체치료제를 투여하는 항보체(anticomplementary) 치료법을 실시합니다. 보통 항체치료제를 8주에 1회 수액으로 투여합니다.

이러한 항보체(anticomplementary) 치료법은 용혈을 억제할 수 있지만 완치시키진 못합니다. 부작용이나 효과가 약해지지 않는 한 평생 계속해야 합니다. 또, 빈혈이 심한 경우는 수혈도 실시합니다.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에 대한 유일한 완전 치료법은 골수 이식 등의 ‘조혈줄기세포이식’이지만, 리스크가 큰 치료법입니다. 따라서 조혈줄기세포이식은 항보체(anticomplementary) 치료법으로 헤모글로빈뇨증을 조절할 수 없는 젊은 환자들에게 한정됩니다.

조기에 발견하려면?

발작성 야간 헤모글로빈뇨증의 가장 특이한 증상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른 아침의 갈색 소변입니다. 그렇지만 전체 환자 중에서 이른 아침 갈색 소변을 경험한 적이 있는 환자는 전체의 3분의 1 이하라고 합니다. 갈색 소변을 누지 않아도 헤모글로빈뇨증을 앓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 이외의 증상으로서는, 빈혈에 의한 안색 변화, 권태감, 황달 등이 있습니다. 일부 사례에서는 섭취 장애 와 발기부전, 반복되는 원인불명의 복통의 증상도 볼 수 있습니다. 혹시나 컨디션 불량, 체력 저하로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면 위의 징후가 있었는지 자세하게 의사에게 전달해 주세요.

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사가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을 진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의사의 진찰을 받았을 때 빈혈 외에 황달(총 빌리루빈 수치 상승)이나 갈색 소변 등의 용혈을 의심하는 소견이 보인 경우에는 전문의를 소개받아 진찰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재생불량성 빈혈(aplastic anemia)의 치료 중에 발작성 야간 헤모글로빈뇨증이 발생하는 환자가 있습니다. 혈액 전문의라도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의 발병을 눈치채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재생 불량성 빈혈의 치료 중에, 피부나 백색 눈의 황염(황색이 되는 것)·갈색 소변의 출현, 피로감의 악화, 섭취 장애, 원인불명의 복통 등의 증상이 보이는 경우는 주치의에게 반드시 알리셔야 합니다.

예방 방법 및 주의할 점

발작성 야간 헤모글로빈뇨증은 원인불명의 후천적인 유전자 이상이 원인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질병 자체를 예방할 수 없습니다. 한편, 이미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을 치료받고 있는 환자라면 합병증을 예방하고 조기 치료를 위해 다음을 주의합시다.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을 앓고 있는 중에 감염병에 걸리게 되면, 용혈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손 씻기나 양치질, 마스크의 사용과 같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주어 감염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보체(anticomplementary) 치료법은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을 감소시킵니다. 특히 ‘수막염균’이라고 하는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무너지기 때문에, 수막염균 감염이 급속히 악화되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보체(anticomplementary) 치료법을 실시하기 전에 반드시 수막염균에 대한 접종을 5년에 한 번 받아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발열 같은 감염병의 징후가 보일 때는 신속하게 의료 기관을 방문해 진찰받고, 그것도 어려우면 근처의 병원에 찾아가 항생제의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이미 항생제의 처방을 받은 환자는, 발열 증상이 보일 때에 신속하게 항생제를 내복해 주세요.

갈색 소변의 빈도가 갑자기 늘어나거나 피로감을 느낀다든지, 소변의 양이 줄어들어 붓기가 나타나게 되었다면 심각한 용혈 발작이 의심됩니다. 또한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이 발생하면 폐혈전 색전증이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신속하게 근처 의료 기관을 찾아가 진찰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