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플로라란 무엇일까?

장내 세균이 주목을 받으면서 ‘장내 플로라’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장내 플로라와 장내 세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장내 플로라란?

장 속에는 100조 개나 되는 수백 종류의 세균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무게로는 약 1.5kg이나 됩니다. 과거에는 대변 속 세균을 배양해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100종류 정도라고 추측해왔습니다. 그러나, 세균의 DNA를 추출해 식별해보니 배양이 어려운 세균이 잔뜩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현재는 1000개의 종류가 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장내 세균은 각각의 균이 자신의 영역을 형성해 모여 살면서 장내 세균총 또는 군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같은 종류의 균이 마치 꽃밭처럼 장의 벽면을 빈틈없이 뒤덮고 있다고 해서 식물이 모여 사는 모습(플로라, flora)에 빗대어 ‘장내 플로라’라고 부릅니다.

장내 세균의 주된 활동 장소인 대장

장내 세균이 주로 활동하는 장소는 대장입니다. 대장은 소장보다 길이가 짧고 면적도 작습니다. 그런데 장내 세균은 왜 소장이 아니라 대장에서 주로 활동할까요? 음식물은 입, 식도, 위를 지나 소장 상부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소화와 흡수도 시작됩니다. 그런 까닭에 장관의 부위에 따라 영양분과 양이 달라지게 됩니다.

우리는 음식물과 함께 공기도 섭취합니다. 공기의 21%는 산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균은 산소에 대해 호기성과 혐기성으로 분류됩니다. 혐기성균은 산소가 있으면 성장하지 못하는 세균이고, 호기성균은 다시 세 종류로 나뉩니다.

호기성균 3종류

  1. 통성혐기성균(산소의 유무 상관없이 생육함)
  2. 미호가성균(산소 농도가 3~15% 정도인 환경에서 생육함)
  3. 편성 호기성균(산소가 필요함)

입으로 섭취한 공기 속 산소는 장관 상부에 사는 호기성균이 소비합니다. 그 결과 하부로 갈수록 장관 내부의 산소 농도는 저하되고, 대장에 이를 무렵에는 산소가 거의 사라져 혐기성 환경이 됩니다. 소장에는 아직 산소가 있기 때문에 통성 혐기성균(산소 호흡을 하지만 산소 없는 곳에서도 증식하는 미생물)인 유산 간균이 많이 살고 있지만, 맹장부터 대장은 거의 무산소 상태가 되어버려 산소가 없으면 증식하지 못하거나 사멸되어 버리는 편성 혐기성균이 폭발적으로 많아집니다.

또한 비누나 세제 같은 계면활성 작용을 하는 담즙 속의 담즙산이 세균의 세포막을 녹여 살균 효과를 내기 때문에 세균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매일 총 20~30g의 담즙산이 장 속에 분비되며, 분비된 담즙산의 약 90%는 회장(ileum)에서 다시 흡수되어 재사용됩니다. 따라서 장내 세균은 회장보다 뒤쪽에 있는 대장을 주된 활동 장소로 삼습니다.

주요 장내세균과 대장균의 차이점

위에서는 위산(pH 1~2)이 분비되기 때문에 미생물이 거의 살지 못합니다. 위염과 위궤양의 원인이 되는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 정도가 존재할 뿐입니다. 십이지장과 공장(jejunum)에는 담즙 등의 영향으로 세균의 수가 1g당 1,000~1만 개 정도이며, 유산 간균과 연쇄상 구균 등이 살고 있습니다. 회장에는 1g당 1억 개가 넘는 균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장의 경우 세균의 수는 1g당 100~1,000억 개로, 그 수는 더욱 많아지며 박테로이데스균이 가장 많이 살고 비피더스균 등이 뒤를 잇습니다.

참고로, pH는 Potential of Hydrogen의 약자로, 수용액의 산성과 알칼리성의 정도를 0~14의 값으로 나타내는 수소 이온 지수입니다. 0은 강산성, 7은 중성, 14는 강알칼리성입니다.

대장에는 대장균이 많을까?

장 속에서 가장 처음 발견된 세균은 대장균입니다. 대장균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부분은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습니다. 장 속에서 비타민을 합성하거나 해로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해 우리의 건강에 유익을 줍니다. 하지만 이 중에는 설사나 복통 등을 유발하는 병원성 대장균도 있습니다.

사실 대장균의 수는 모든 장내 세균의 0.1%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 속에 있는 세균 중 매우 적은 수임에도 불구하고 대장균이 장내 세균의 대표적인 존재로 인식되는 이유는 증식이 빨라 쉽게 검출되기 때문입니다.